은행에 가면 돈이 잘 보관되어 있고 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돈이라는 종이를 누가 왜 어떻게 만들어냈을까요? 누군가 더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일까요?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고 알아본 내용을 기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끝까지 다 읽으시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유익하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중세 유럽 상인이 고안한 금융 체제
요즘은 모바일 뱅킹 기술의 발달로 은행 창구에 직접 방문하는 일이 예전보다는 줄어들기는 했지만, 은행에 갈 때마다 어떻게 자금을 마련해서 융자하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최첨단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신용을 창조하며 융자를 진행한다고 그 숨겨진 이면에 대해 엄청 거창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은행들이 자금을 창출해서 융자하는 틀, 구조는 이미 지금으로부터 대략 몇백 년도 이전에 유럽에서 상인들이 설계하고 생각해낸 것이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엄청 오래된 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7세기 영국에서는 금을 아주 작은 단위로 미세하게 가공하는 ‘금세공업자(gold smith)’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 금을 가공해서 손님이 원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장신구를 만들거나, 또는 다른 사람의 금을 맡아서 보관하는 일을 하는 직업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금세공업자에게 금을 맡기는 것일까요? 왜냐하면 금을 그대로 집에다 보관하게 되면 도난될 위험도 있고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려고 시장에 금을 직접 가져갈 수도 없는 것이 금이 무겁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금세공업자에게 금을 맡겨서 보관하게 하고 필요할 때만 사람들은 찾으러 오는 구조가 형성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손님들의 금의 보관을 부탁받은 금세공업자는 ‘보관증’을 발행했습니다. 곧 자연스레 이 보관증은 화폐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물건을 구매하고 판매할 때는 귀금속이 결제 수단이었는데 금세공업자들이 발행한 이 보관증을 금 대신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 금 보관증을 금세공업자에게 들고 오면 금과 교환해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금을 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이 금 보관증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한 금세공업자가 금 보관증과 관련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금을 맡긴 고객 중에서 대부분은 금을 실제로 찾으러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보관증을 들고 금을 다시 찾으러 오는 사람은 소수였습니다. 대부분의 금은 금세공업자에게 맡긴 채로 방치되다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금 그 자체를 사고팔 때도 금으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금의 보관증을 주고받는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현상을 통해 깨달은 금세공업자는 ‘어차피 아주 소수의 고객만 금을 실제로 찾으러 오니깐 보관한 금보다 더 많은 보관증을 발행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도 금세공업자의 업무에는 막대한 지장이 없습니다. 실제보다 조금 더 발행한 보관증을 사람들에게 대여해주고 이자를 받아서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이런 훌륭한 아이디어를 고안해낸 금세공업자는 자신이 가지고 보관하는 실제 금보다도 더 많은 보관증을 발행해서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챙기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다른 금세공업자가 곁에서 보기에도 돈이 되니깐 금방 이와 같은 행태가 퍼져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재에도 사용되는 지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 보관증은 골드스미스 노트 gold smith’s note라고도 일컬었기 때문에 현대에 와서 우리는 이를 골드스미스 노트 이론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금세공업자의 금융 체제
이와 같은 금세공업자들의 약간 절반 정도는 사기와도 같은 사업이 오늘날의 전 세계 모든 은행의 기초적 틀이자 기본적 체제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라는 것은 금이나 은의 보관증 형태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실제 보유한 금이나 은의 몇 배나 많게 보관증을 발행하고 이 보관증을 화폐의 형식으로 세상 밖으로 유통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세계의 화폐를 대부분 ‘은행권’이라는 이름으로 불립니다.
현재 전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이제는 금이나 은의 교환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폐는 금이나 은의 보관증이 더 이상 아닙니다. 하지만 고객들이 맡겨놓은 예금이나 적금을 준비금으로 삼아서 그 준비금의 몇 배나 해당하는 화폐를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려와서 이를 사람들에게 융자하고 빌려주는 근본적인 틀과 구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즉 현대의 오늘날 금융 체제와 제도는 금융공학 전문가와 금융법 전문가들이 아주 자세하게 고안하고 설계한 것이 아니라 중세 시대의 금세공업자들이 설계하고 고안해낸 장사를 그대로 활용하고 있던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좀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이제부터 은행에 방문하게 되면 더 이상 기본적인 구조 때문에 의문을 가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알고 나면 보인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