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50원이나 500원짜리 동전이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50센트 동전이 거의 사용되지 않다고 합니다. 그 이유를 경제 이론을 곁들여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시간을 아껴드리기 위해 이번 글만 끝까지 보시면 확실히 알게 됩니다.
유래
최근에는 종이 지폐가 돈으로 유통되고 있지만 약 100여년 전만 하더라도, 그보다 아주 오래 전인 로마 시대에는 화폐를 금이나 은, 구리와 같은 귀금속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화폐의 가치라고 하는 것은 곧 금이나 은, 구리 등 귀금속으로서의 가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돈은 귀금속으로 만들었을까요? 돈이 되기 위해선 귀금속이 가장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 물건이어야 하며,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귀금속으로 돈을 만드는 것에는 공급 부족이라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가가 성장하고 경제 활동이 발달하면서 필요한 돈의 양이 증가하기 마련인데, 귀금속으로 만든 돈의 발행은 마음대로 쉽게 늘릴 수 없습니다. 국가가 소유한 귀금속의 물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돈의 공급 부족에 대해 국가는 어떤 방법으로 대응했을까요? 바로 화폐를 만들 때 들어가는 귀금속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귀금속의 함유량을 줄이게 되면 이전에 유통되었던 돈과 무게가 맞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예를 들어, 예전의 동전에는 금이 5그램 들어 있었는데 금의 공급 부족으로 새로 동전을 만드는 데에 3그램만 포함한다면 누구나 새로운 동전에 의문을 품게 되며 예전의 동전과 교환하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화폐가 부족한 것을 금속의 함유량을 낮춰서 보완한다는 방법은 역사 속에서도 여러 번 공공연하게 행해져 왔고 그때마다 경제와 사회에 혼동을 가져왔습니다.
Bad money drives out good
예전보다 금의 함유량을 줄인 금화를 발행한다면
경제 주체들은 기존의 금화는 사용하지 않고
금의 함유량이 적은 새 금화만 세상에 유통될 것입니다.
바로, 이와 같은 현상에서 유래한 것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입니다. 토머스 그레셤(Thomas Gresham 1519 ~ 1579)은 영국의 재정가로 영국 왕실의 금융대리인으로 일할 때 양화와 악화의 관계를 발견하였습니다.
국가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금화나 은화에 함유량을 줄여서 순도가 낮은 화폐를 만들고 이를 기존의 순도가 높은 화폐와 동일한 가치로 유통했습니다. 즉, 그 함유된 가치가 낮아진 동전을 마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며 주장하면서 강제로 유통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한 결과로써, 기존의 금화는 금 함유량이 많아 가치가 높아져서 바깥으로 유통되지 않게 되고 금의 함유량이 적은 새로운 금화만이 오직 시장에 유통되었습니다.
사례: 미국에서 50센트 동전이 자취를 감춘 이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전형적인 사례가 20세기에 그것도 자유시장경제의 첨단을 달린다는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1960년대 전에는 미국에서 50센트 동전에 들어가는 은이 90%였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에 은의 실제 가치가 올라서 50센트 동전을 만드는 데 50센트보다 더 많은 금액이 비용으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1965년에 은의 함유량을 40%로까지 절반 이상으로 줄이는 정책을 진행했습니다. 그러자 90%의 은이 함유된 기존의 50센트 동전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40%의 은이 함유된 새로운 50센트 동전만 유통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중에는 명백하게 불법 행위임에도 기존의 90% 은이 함유된 동전을 녹여서 매매하는 사례도 생겨났습니다.
이후로도 미국은 은이 거의 없는 50센트 동전을 또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40%의 은이 함유된 50센트 동전 역시 사용하지 않고 그저 집에다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자 결국에는 50센트 동전 자체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미국에서는 50센트 동전이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 자판기 사진)
자판기에도 50센트 동전을 사용하는 기계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환전용으로도 50센트를 미리 준비해두는 은행 역시 적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