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까지 올라가 본 적 있으시죠? 요즘엔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등산하러 가면 산 중턱과 정상 부근에 물이랑 아이스크림 같은 음료수나 요깃거리를 판매하시는 분들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목도 마르고 배도 고파서 반가운 마음에 다가가서 가격을 물어보면 집 근처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하셔서 선뜻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웠던 경험, 있지 않으십니까? 같은 물건이라도 사람의 마음에 따라 물건의 가치는 달라집니다. 이번에는 이와 같은 심리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한 이론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합니다.
심리적 회계 Mental Accounting
심리적 회계라는 용어와 이론을 소개한 사람은 앞서 소개한 리처드 세일러(Richard Thaler) 교수님이 제시했습니다. 행동경제학을 주제로 연구하여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입니다. 세일러 교수님은 물건의 가치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같은 물건과 음식이라도 시장바닥에서 먹는 경우와 유명한 관광지의 고급 호텔에서 먹는 경우를 비교해보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저의 경험을 얘기한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경제학 상식으로는 한 물건에는 하나의 가격, 즉, 일물일가의 원칙을 전제로 하여 구축되었습니다. 반대로 얘기하자면 기존 경제학에서는 비록 같은 물건이라고 해도 시간이나 장소에 따라 가격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와 개념조차 없다고 하는 것이니 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울 일이라고 느껴집니다.
세일러의 실험
물건의 가치가 때와 장소에 따라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세일러 교수는 몇몇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여성들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첫 번째 질문: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예약했었던 100달러짜리 입장표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공연장에 입장하기 전에 깨달았습니다. 입장표를 다시 구매하시겠습니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 90%의 실험 대상자는 두 번 다시 입장표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응답했습니다. 바로 다음으로는 아래와 같은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두 번째 질문: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예매하지는 않았고 극장 현장에 도착해서 100달러짜리 입장표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지갑을 열어보니 100달러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도 입장표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해 90%의 실험 대상자는 현금이 없는 것이니 카드를 이용해서라도 입장표를 구매하겠다고 응답했습니다.
공연 입장표의 측면에서 봐도 100달러를 잃어버린 것은 똑같다고 해도 상황이 약간이라도 달라진 것만으로도 대응 및 응답하는 방법이나 반응이 완전 반대가 되어버립니다. 첫 번째 질문의 경우에는 입장권 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또다시 구매하는 것은 돈을 2배로 치르는 것과 똑같이 느껴지는 반면에, 두 번째 질문의 경우는 입장표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돈을 2배로 지불한다고 인식하지는 않는 것이라고 세일러 교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일러 교수는 이 실험을 통해서 사람에게는 각자마다 심리적 회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 상식이 아닌 특이한 방식으로 금전적 계산을 진행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일한 물건이나 서비스라고 해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값이 싸다고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값이 비싸다고 느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화폐의 가치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르다
더 나아가 세일러 교수는 앞서 설명한 물건의 가치는 물론이고 돈, 화폐의 가치 역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서, 도박과 같이 정말 운 좋게 얻은 돈은 도박으로 사용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이는 이미 사실로서 증명된 것입니다. 세일러 교수는 이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따라 소중하게 다뤄지는 돈과 그렇지 않은 돈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은 사실과 세일러 교수의 주장은 속담과 격언이라는 이름으로 예로부터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나쁜 방법으로 얻게 된 돈은 오랫동안 가지 못한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즉, 도박과 같이 올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돈은 낭비나 사치를 통해 금방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세일러 교수의 실험을 공부해 보니 어떠신지요?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도 해보고,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다뤄야겠다는 결심도 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귀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