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주거나 선물을 해주거나 유형으로든 무형으로든 내가 뭔가 받게 되면, 상대방에게 감사해야 하고 나도 언젠간 상대방에게 소정의 사례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 다들 느껴보지 않으셨나요? 이 감정, 혹은 강박관념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심리를 설명한 이론이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i)는 심리학과 마케팅을 엮어서 상호성의 법칙을 주장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궁금증을 해결해보러 가보겠습니다.
상호성의 법칙의 사례
예전부터 비즈니스에 이용해왔던 상호성의 법칙은 누가 먼저 정립했다는 것 없이도 고대보다 더 옛날부터 인류가 활용해 왔었던 비즈니스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마트에 있는 시식 코너로 가보겠습니다. 저도 느껴본 경험인데 시식을 하게 되면 왠지 꼭 구매해야 할 것 같은 심리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공짜라고는 하지만 완전 공짜라고는 할 수 없으니 여기에 응당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마트의 마케팅 담당자도 이를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고 시식 코너는 이 심리를 이용해서 마트의 매출을 높이려고 하는 전략입니다.
또한 흔히 검은 돈이라고 일컫는 뇌물 역시 상호성의 법칙을 활용한 것입니다. 바람직하지 않은 예시이겠지만 뇌물의 역사는 고대부터도 이루어져 왔습니다. 유력 정치가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돈을 건네주거나 돈뿐만 아니라 각종 편의나 다양한 이익을 제공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사업적, 정치적 대가를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금품을 받고 뇌물에 대한 보답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상호성의 법칙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뇌물을 준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려고 하고 봐주려고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고대부터 오늘날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여전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고 어쩌면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거절 후 양보 전략(door in the face technic)
상호성의 법칙을 응용하여 협상 기술로 발전한 것이 ‘거절 후 양보 전략’이라고 있습니다. 처음에 무리한 부탁이나 큰 부탁을 해서 일부러 거절을 당한 다음에 작은 부탁으로 넘어가는 방식입니다. 16세기에 오다 노부나가는 자신의 본거지를 기요스 성에서 고마사야마 성으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성을 이사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집안 사람들이 모두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사하는 것이 여간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부나가는 계책을 고안해 애초에는 고마사야마보다 더 멀리 자리하고 있는 니노미야로 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부하들을 데리고 니노미야로 가서 본거지로 삼기엔 어떤지 미리 조사까지 진행했습니다. 집안 사람들의 불만이 절정에 이르자 그때서야 노부나가는 고마사야마로 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상대적으로 고마사야마가 니노미야보다는 가까웠기 때문에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대조의 원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상이 강한 대상과 약한 대상을 연속적으로 제시하게 되면 그 대조가 더욱 강렬해진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보면,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난 뒤에 바로 가벼운 물건을 들어보면 더욱 가볍게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역시 옛날부터 인간 세상에서는 인식되어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득의 심리학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치알디니는 1970년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는 행동경제학을 널리 알린 학자이며 그의 대표 저서인 ‘설득의 심리학’은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라있습니다.
부탁을 받은 사람은 처음에 받은 큰 부탁을 거부했기 때문에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가벼운 부탁을 거절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큰 부탁에 비하여 작은 부탁은 쉽게 수락할 확률이 높게 됩니다. 이렇게 두 번째에는 작은 부탁을 함으로써 자신의 부탁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협상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지인에게 급하게 돈을 빌릴 때, 100만 원만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100만 원은 큰 금액이기 때문에 지인도 망설일 것입니다. 여기서 다음 단계로 처음 부탁을 물리고 10만 원이라도 빌려달라고 해보는 것입니다. 이는 처음 100만 원에 비해 적은 금액이고 처음의 부탁을 거부했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부탁은 승낙할 확률이 높습니다. 처음부터 1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는 것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입니다.
고금을 막론하고 가격을 흥정할 때, 처음에는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제시한 다음 상대방의 반응을 보면서 어떻게 역으로 제시하는지 살펴보면서 점차 해결책을 찾아나가거나 서로의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법이 사용되어왔습니다. 동남아시아의 시장 같은 곳에 방문하게 되면 가격표라고 대놓고 적어놓은 가격은 대체로 가짜 가격이고 이걸 본인이 능력껏 얼마나 많이 깎을 수 있는지가 쇼핑의 기본인 경우도 있습니다.